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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esent is a 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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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10-31 16:33 조회1,93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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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 때는 시골에서 나무와 꽃을 심고 가꾸며 자연을 벗 삼아 살겠다는 꿈을 키웠다. 이루지 못한 꿈이 되고 말았지만 나에게 선망의 꿈을 불어넣은 사람은 친구였다. 친구는 고등학교 부인은 초등학교 교사인 부부는 50대부터 10년 계획을 세워 노후 준비를 했다. 은퇴 후 자연 속에 살면서 1년에 두 번 해외여행을 다니겠다고 했다. 해외여행이 힘에 부칠 나이가 되면 제주에서 1년 살고 남해와 고흥 속초와 담양에서 안면도로 둥지를 옮기며 노매드(nomad) 인생을 살겠다고 했다. 친구의 10년 계획은 치밀하고 촘촘했다. 모든 걸 아끼며 구두쇠처럼 살아도 목표가 있는 삶을 사니 언제나 당당했다. 그렇게 많은 날이 지나갔다.
그런데 건장했던 친구가 정년을 1년 앞두고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는 여섯 달도 못 채우고 죽었다. 들판에 덜렁 혼자 남은 친구 아내가 안쓰럽고 무거운 현실에 가위눌리는 그녀의 삶이 안타까웠다. 원망과 분노와 슬픔이 몸을 탈진시켜 우울증이 왔고 사람을 피하는 대인 기피증까지 생겼다. 외출도 하지 않고 전화도 본인이 받고 싶은 것만 받다가도 전원을 꺼놓을 때가 많았다. 아들이 엄마 집을 정리하려 왔다가 한숨만 쉬었다. 방마다 널린 전원생활에 필요한 용품들과 구석구석에 처박힌 씨앗 봉지들. 대형 여행용 가방엔 꼬리표가 그대로 달린 옷가지들이 가득 차 있었다. 정리하려던 아들도 손을 들고 말았다. 나는 그 허망함을 보고 전원의 꿈을 접었다. 2년쯤 지나 어렵사리 아내와 함께 그녀의 집을 찾았다. 우리 내외와는 어울려 여행을 다닐 만큼 허물없이 지낸 사이였다. 그녀는 아내를 향해 가슴속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오지 않은 미래를 쫓다가 실패한 사람’이 자기라며 ‘오늘 맑았던 하늘이 내일은 비’라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다고 했다.
소중한 것은 오늘, 과거는 돌릴 수 없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니 유일한 삶은 오늘뿐이지 않은가? 종이를 찢기는 쉬워도 붙이긴 어렵듯이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오늘이 없으면 덧없어지는 것이 내일이다. 어제는 역사이고 내일은 미스터리며 오늘은 선물이라 하지 않는가. 그래서 “최고의 선물(present)은 현재(present)이다.”
- 지금까지 모든 이야기는 소설가 이관순의 글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냐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 너희가 도리어 말하기를 주의 뜻이면 우리가 살기도 하고 이것이나 저것을 하리라 할 것이거늘” (약4: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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